[사설] 쏟아지는 경기침체 경고…언제까지 대증요법만 남발할 건가

입력 2022-09-18 17:54   수정 2022-09-19 06:56

경기 경착륙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전문가의 56%는 ‘진입 단계’(44%)거나 ‘진행된 상태’(12%)라고 답했다. 10명 중 6명(59%)은 올 경제성장률이 한국은행 전망치(2.6%)에 못 미쳐 2.0~2.5%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재고 증가율이 26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아 “경기 급락 가능성이 높다”는 대한상의 경고와 맥을 같이한다.

세계 경제 역시 침체로 치닫고 있다는 분석이 확산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미·중·유로존 경제가 급속 둔화하고 있어 약간의 타격만 가해져도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1970년대 이후 가장 가파른 둔화세”라며 “신흥시장에 치명적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의 2분기 성장률이 0%대(0.4%)로 추락하고 마지노선으로 간주하던 ‘달러당 7위안’이 무너진 ‘포치(破七)’ 상황이 신흥국의 진퇴양난을 웅변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안일한 인식과 대증요법으로 일관중이다. 기재부는 9월 경제동향자료에서 현재 경기 상황을 ‘둔화 우려’로, 대외 환경을 ‘하방 위험 지속’으로 진단했다. 리세션을 넘어 스태그플레이션을 경고하는 국내외 전문가들과는 사뭇 다른 인식이다. 그러다 보니 악재가 터지거나 시장 발작이 목격되면 허겁지겁 수습하는 단편적 대응을 반복 중이다.

부실한 환율 대응이 대표적이다. 원화 가치가 8월 이후 5.9%나 하락했지만 가수요와 환투기 차단 노력은 미미했다. 달러당 1400원이 위협받자 부랴부랴 구두 개입과 미세조정에 나섰지만 약발은 반나절 정도에 그쳐 외환당국의 위엄만 손상됐다. 뒤늦게 한·미 통화스와프 가능성을 거론해 1400원 선을 지켜낼 정도로 허둥지둥하는 모습이다.

뒷북 산업정책도 마찬가지다. 미국 일본 등이 현금을 뿌려가며 반도체 투자 유치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한국의 반도체 인프라 구축 예산 확보는 국회 벽에 막혔다. 반도체 인재 양성도 발표만 있었을 뿐 실행계획은 오리무중이고 ‘K-칩스법’은 발의 50일이 넘도록 국회에서 논의조차 실종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도 즉흥적이다. 미국 포드사 최고경영자가 직접 방한해 해법을 찾아야 할 만큼 무리한 법안인데도 입법·사후 조율 과정 전반에서 우리 대처는 초보적이다.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한 사전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이 절실하다. 민간과의 소통을 강화해 최근 발표한 ‘수출지원 종합 전략’을 조속히 실행하고 내수 진작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서둘러야 한다.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의 조언대로 경기 부진을 막으려면 기업들의 투자 확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잠시 뒷짐 지고 한눈파는 사이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부터 가다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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